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감정의 기억은 선명한 흑백이다

journal9154 2026. 3. 25. 21:11

사랑이라는 감정이 거의 사라진 시간 속에서, 당신을 보았습니다.
왜일까요? 왜 나는 멍하니 당신을 보고 있었을까요?
문득, 흑백사진처럼, 흑백 텔레비전처럼
유난히 더 집중되고 선명해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.
오랜만에 버스를 타는 시간이 설렜고,
알 수 없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.
어느 날, 보이지 않는 당신의 모습에
행여나 나 때문은 아닐까 괜스레 걱정도 했습니다.
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 일찍 버스에 탑승한 날,
당신이 보였습니다.
‘내일부터는 조금 더 일찍 버스를 타리라.’ 다짐하면서도,
말 한마디 건넬 용기조차 없는 나 자신을
스스로 위로하고, 다독이면서 말입니다.
특별한 날처럼, 선물을 받는 날인 것처럼,
덥지도 차갑지도 않은 바람이 불어오던 날.
기분 좋게 탑승한 버스에는 당신이 보이지 않았습니다.
‘내일은 조금 더 늦게 버스를 탈까?’ 생각하며, 오늘을 시작합니다.
나의 시간이 앞에서 오는 시간이든, 뒤에서 오는 시간이든
당신과 함께 탄 버스의 시간을,
흑백사진처럼 기억하겠습니다.

당신에게도, 흑백으로 남은 시간이 있나요.